부산 동래 신가네 떡볶이 (Feat. 호떡, 만두, 김밥, 오뎅)
더 손님이 많아질까 봐 아끼고 있던 맛집을 소개한다. 20년 전쯤, 내가 중학생이던 무렵에도 여전히 장사가 잘 되던 동래시장 신가네 떡볶이 집은 아직도 맛이 바뀌지 않았다. 한창 먹을 나이었어서,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갔다가 집에 갈 때 떡볶이를 먹고 호떡을 한 손에 쥐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던 곳이다.
가격은 많이 올랐지만, 그만큼 물가가 더 많이 올랐으니 상관없었다. 물론, 내 주머니 사정도 그때에 비하면 넉넉해졌다. 요즘은 배달로 떡볶이와 튀김 순대등 조금만 시켜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맛은 별로라 그럴 때마다 항상 이 동래시장 떡볶이집이 떠오른다. 그래서 최근에도 주기적으로 먹으러 갈 수밖에 없는 가게이다.
매월 2번째, 4번째 휴무인지 모르고 기대에 가득 차서 왔다가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. 그때부터 맛집에 갈 때는 항상 휴무를 찾아보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.
떡볶이
떡볶이는 1인분에 3500원인데 요즘 배달 떡볶이를 생각하면 양이 많은 편이다. 그래서 친구랑 둘이 가면 떡볶이 2인분 김밥 한 줄, 만두 1인분 시키면 만원대에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. 떡볶이 소스는 약간 매콤한데 거기에 시원한? 맛이 곁들여진 게 특징이다. 깔끔하단 소리다.
그 이유는 이 집은 특이하게 무말랭이? 같은 무를 얇게 썰어서 떡볶이를 같이 만드는데 이게 오뎅과 떡보다 맛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. 그래서 염치없지만 한 번씩 '무 많이 넣어주세요'라고 부탁을 하곤 한다.
김밥
김밥은 한 줄에 2500원이다. 시장 특유의 김밥, 그 고소한 맛이 많이 느껴진다. 참기름을 듬뿍 바르고 깨소금도 엄청나게 뿌려주신다. 김밥을 소스에 찍어 먹어주는 건 예의다.
만두
만두는 1인분 5개를 주시는데 가격은 김밥과 동일한 2500원이다. 그냥 여느 분식집에서 파는 맛과 같은 평범한 편이다. 노르스름할 때까지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. 튀김기 앞에 쌓아두고 판매한다. 이 만두 역시 평범하지만, 신가네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 순간 평범한 만두가 아니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.
이모님들이 많아서 가게 안에서 먹을 때 비좁고 정신이 없긴 하지만, 이것 또한 시장 음식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. 아 물론, 이모님이 오뎅국물을 들고 오시다가 내 청바지 쏟아 버리신 건 너무하셨어 정말 ~ 그래도 음식이 맛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긴 했다.
그냥 평범한 마트나 백화점 음식점에서 이랬다면 컴플레인을 걸 수도 있지만 여긴 재래시장이고 내가 아끼는 맛집이니까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. 가격 오르는 건 괜찮은데 맛만 바뀌지 말아 다오. 생각해보면 이것도 나중에 되면 기억이고 추억이다.
호떡
호떡의 가격은 하나에 1000원. 1박2일 씨앗호떡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 호떡 맛 여전하다. 동래시장 신가네 떡볶이의 마무리는 역시 꿀맛 호떡이다. 성인이 되고 나서 무언가를 손에 쥐고 길에서 먹는 음식은 거의 이게 유일했다.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동래시장 골목길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. 시장을 벗어나면 조금 부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.
맛집 블로거는 아니지만,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. 떡볶이 매니아라면 꼭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. 처음에는 아리송할지 모르겠으나 나중에는 생각나는 '떡볶이 맛있는 집'이 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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